저자의 프롤로그에는 불안과 시간은 글쓰기에 가장 좋은 연료라고 적혀있다.
연료가 쏟아지니 글을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냐며 주어진 제목.
동감한다. 불안하고 시간이 많은 환경일 때 글은 고민없이 써졌던 것 같다.

차례는 이러하다.
큰 제목에 글을 쓰는 이유가 나열되어 있다.

내가 겪은 일을 언어로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
희한하게도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것이 구체적인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지 못해도,
'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내게 구체적인 힘이 되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베풀지 않은 것 처럼,
삶은 나를 그렇게 대했다.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겸손해지려 하지마, 넌 그만큼 대단하지 않아 라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구는
유명한 팩트폭행 중 하나인데 출처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죄책감이라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감정이라지만
어떤 관계에서는 나와 타인을 동시에 옭아맨다고 한다.
그것의 고통은 악순환이 반복되므로
나를 하찮게 보라는 의미가 아닌
내가 아무리 애써도 어쩌지 못하는 것들에 너무 많은 감정소비를 하지 말 것!


스스로 무용하다는 느낌에 사롭잡힐 때는
'큰 성공'보다 '작은 실패'가 도움이 된다.
몇 번 반복해도 그렇게 막 난리가 나지는 않는구나,
하는 작은 실패들.
그 경험이 훨씬 소중하고 장기적으로 쓸모가 크다.


글을 쓰는 이유가 참 공감이 된다.
그냥 끄적이는 글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사람, 환경을 위해 기록하는 일.
그리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쓰기위해 작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 봤을 때
뭐 그리 대단한 내용도 아니네?
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각자의 글쓰기는 그 글과 내용 자체에 위대함을 가지고 있다.

잊지 않으려, 기록을 위한 글쓰기.
우리가 오랜시간이 지난 후 웃으며 볼 수 있는 일기가 될 수 있고
기자가 일침을 가할 수 있는 기사가 될 수 있고
가수가 노래 할 명곡일 수 있다.
누군가의 글을 하찮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기준과 다르다고 함부로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글을 잘 써야만 한다는 것이 아닌
왜 글을 쓰고
글을 쓰는 삶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연필로 사각사각
혹은 타자로 타닥타닥
글을 쓰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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