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왔던 것들에 대한 기억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공부를 이런 기억력으로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때로는 생생하게 혹은 흐릿하게나마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나쁜 기억은 의도하지 않아도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고
좋은 기억은 추억이 되어 스스로 혹은 기억속의 다른 누군가와 함께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책을 받을 때,
작가분께서 직접 써주신 이런 한 마디.
책을 읽거 전부터 마음이 :따듯해진다.
오늘 나의 하루가 내일의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선물같은 글귀를 마음속에 새겨보며 책을 읽었다.

따뜻했던, 열정적이었던,
싸늘했던, 추웠던 기억들로 내용은 나뉘어져 있다.
저자는,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기억들,
그 기억들 속에는 각각의 따뜻함과 뜨거움,
싸늘함과 차가움 등과 같은 온도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의 온도들이
나의 삶에도 분명,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책을 읽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하였다.
기억을 온도로 구별하여
나의 지난 날들을 떠올려보았다.


저자의 일상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이 들어있는 책이었다.
가족과의 기억 속에서,
엄마라는 기억 속에서,
작가라는 기억 속에서,
많은 위치에서의 기억들은 때로는 아련하게,
때로는 눈물나게, 때로는 지독하게 느껴졌다.
그 기억들의 온도는 다양하다.
늘 같은 온도를 유지한다면
평범한 일상만 누리며 살 수 있을까?
기억이라는 것이 내 마음같지 않다.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기억해내고 싶은 것들이 끝까지 생각나지 않기도 하고
너무 차가워 얼어버릴 것만 같던 기억은
마치 어제 일 처럼 생생하기도 하다.
다른 누군가의 일상과 지나온 과거를 보며
나라면 어땠을까?
나는 지금 우리 부모님께,
나의 연인에게,
나의 친구에게,
나의 형제에게,
나의 지인들에게 어떠한 기억들로 존재되는지
그러한 생각들을 해보았다.
나에게 떠올려지는 기억들의 온도와
상대방 기억속의 남아있는 내 모습의 온도가
같았으면 좋겠다.
다르겠지만 그랬으면 좋겠다.

이 기억은 나 또한 생생하여 기록을 남기고 싶다.
어디서 보았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당일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정말이지 벌써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날 어디에서 무슨일을 하고 있었는지 생생하다.
처음 세월호 사고가 났고 모든 사람들이 구조됐다는 소식을 보고
아, 다행이네! 하고 스쳐지나갔는데
외출 후 다시 돌아와서 본 뉴스는
그 안도감이 허무할 정도로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기억은 참 차갑다.
분명 봄이었는데
나는 그 자리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은 세월호에 탑승했던 사람들과 함께
정말 차가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책에 나오는 저자의 기억들과 그 온도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비슷했을 수도 있고
많이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공감도 되고, 위로도 되고
겪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새로움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작가와 철학자의 한 줄 문장도
중간중간 많이 실려있어서
내가 미처 잡지 못하고 놓쳤던 기억들을 되돌아 볼 수 도 있었고
지나버린 것들을 잘 놓아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기억들을 공유하면서
이 글을 쓰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일기장 같은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아프게 느껴졌던 기억들이 조금은 나아졌기를 바래본다.
너무 무겁게 느끼고 있지 않기를 바래본다.
비가 내리면 모든 것이 씻겨나가버린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다시 새것처럼 깨끗해질 수는 없지만
묵혀있던 많은 것들이 내려가는 듯 하다.
모든 기억들이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
너무 아프지 않게,
너무 오래 머물러서 취해버리지 않게
나의 많은 기억들도
그렇게 잘 지나가는 것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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