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아직 태어나서 한번도 가게 셔터를 올려본 경험이 없다.
새벽 언저리, 밤 늦은 시간 거리를 지나다 보면
가게 셔터를 올리고 혹은 내리는 사장님들을 보는 것이 전부.
부모님도 그렇고 대부분 회사를 다녀서
자영업의 생활경험이 전무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기분을 들게 해주었다.
직접 만져본 적 없지만 눈으로는 익숙한 그 기억들을 떠올리며
책을 정독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시절 부모님이 운영했던 가게부터 그 이후의 사업까지
한 가정의 일대기를 기록하였다.
동네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시작으로 하는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학교 다닐 때에도 사업을 하는 부모님을 둔 친구들을
부러워하곤 했었는데 그때는 그 이유가 참 단순했던 것 같다.
떡볶이 가게를 했던 친구는 매일 떡볶이를 먹고
중국집을 했던 친구는 매일 짜장면을 먹으며 행복할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그 가게의 자녀들은 주 메뉴가 지겹다며 손도대지 않는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구멍가게부터 농약사, 고추농장 그리고 분식집까지
저자의 어린시절부터 자꾸만 바뀌었던 업종들.
부모님이 왜 그 장사를 하셨는지
왜 그 장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장사를 하셨는지
그 이유를 매번 몰랐다고 표현한 것이 참 재밌었다.
그리고 저자의 어투가 친근하기도 하고
저자의 시선을 글로 잘 풀어낸 것 같아
책을 보며 내가 가본 적 없는 곳임에도
그 장면들이 그려졌다.
마치 할머니댁에 가는 내 여정같았다.
역이나 정류장에 내려서 시내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는
약방도 있었고 농약사도 있었고 온갖 물건을 다 파는 곳들이
줄지어 있던 그 장면들이 떠올랐다.

책의 마지막에는 나를 키운 가게들의 발자취라고
저자의 부모님과 저자가 일구어낸 기록들이 정리되어 있다.
이야기를 보면 사업이 늘 잘되지는 않았다.
그러니 몇번이고 업종을 바꿔서 도전했을 것이다.
저자도 결국 부모님처럼 해방편의점이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으니
어릴 적 부터 자영업을 하는 부모님을 보며 자란 것이
영향이 있을 것이다.
장사라는 것이 참 우여곡절이 많은게 대부분이다.
나는 부모님 두분 다 회사를 다니시고
나 또한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 이러한 우여곡절을 경험해 본 적 없이
나름 평탄하게 살아온 것 같다.
배부른 소리겠지만 그래서인지 나는 도전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이런 경험이 아니더라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러한 배경들이 어떠한 사람의 성향을 만드는 것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거리에 있는 숱한 가게를 볼 때마다,
더욱이 식당을 볼 때마다, 나는 저곳이
그냥 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있을까 상상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국밥 한 그릇 허투루 먹을 수 없게 된다.
부모님은 내게 그런 것을 가르쳐주셨다.
한마디 말도 없이 가르쳐주셨다.
어린시절 이유도 모른채 부모님이 하던 일을 보며 자랐던 저자가 어른이 되면서
자신도 모른 채 스며든 좋은 생각들.
이러한 생각들은 누군가를 배려하게 만들고
내가 하는 일에도 정성을 쏟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저자 또한 우여곡절 없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 같다.
늘 월급쟁이 인생은 언제 끝날까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나는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무언가 희망적인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다른 핑계를 대지 않고
늘 성실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일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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