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후회의 인사말인지
긴 기다림 끝에 맞은 반가운 인사말인지
5명의 시인이 모여있는 한 시집을 읽어보았다

조배성, 한주안, 이성관, 김수림, 한혜윤 시인의 시가 만들어낸 책
한 통의 편지도 함께 도착해서
기분좋은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조배성 시인

한주안 시인

이성관 시인

김수림 시인

한혜윤 시인

이렇게 다섯 시인의 시집이 되겠다
보통 한 사람의 시만 있는 시집을 읽는게 대부분이었는데
다섯가지의 생각이 함축된 시를 읽다보니
새로웠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시 두편을 남기고자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어쩌면 조금씩 잃어가는 일이겠습니다
불어오는 모진 것들에
어린 꿈과 곁의 사람들과
어느덧 내 자신까지도
풍화하는 집과 사람들 사이에 앉아
함께 조금씩 깎여나가는 것
같은 속도로 무너지지 않으면
홀로이 사라지거나
혹은 영영 남아있게 됩니다
부수어지더라도
함께여야 하겠습니다
슬퍼도 함께라면
조금은 괜찮겠습니다
풍화
- 한주안
성장하고 나이가 들면서
겪고 듣고 뱉는 우리의 일상을
담아놓은 듯 하다
풍화, 말 그대로 어떠한 결정체가 파괴되고 분해되는 것
가루가 되어버리는 그 현상을
인생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
익숙하면서도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게끔 한다
그래도 괜찮다
부서져도 함께라면 괜찮다 라고 하는 것이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가루가 된 그것들을 날려 보내는 것이
그렇게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위로의 말인 것 같다

그대가 내게 보인
노란불 신호
선을 넘지 말라는 뜻인지
빨리 넘어오라는 뜻인지
짧은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오만가지 생각에
우리 사이 거리를 잰 후
조심스럽게 속도를 줄인다
가깝지만은 않은 우리 사이
괜히 선 넘다 마음에 사고 날라
그대와의 거리를 줄인 채
확실한 파란불을 기다리련다
딜레마 존
- 이성관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내 모습같고
누군가와 밀당을 하던 내 모습 같기도 했던
재밌던 시
딜레마에 빠지면
사실상 둘다 놓치기 쉽다
근데 또 그 딜레마는
확실한 나의 편을 만들기도 한다
신호등을 관계라는 것에
스며들게 하여
다가가기 쉬우면서도
그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그 딜레마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였다
이처럼 시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썼지만
내 일기장을 들킨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나와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기도 하고
그래서 비밀을 공유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타인을 이해하게 하기도 한다
각자 다른 느낌의 시를
한권에 모아두어
한 권의 시집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이 겨울을 맞이하며
두툼한 옷을 꺼내 입고
외출 후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차 한잔 하며
몸과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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