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제라는 단어.
정말 오랜만이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숙제라는 단어를 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과제, 레포트 이전에 우리는 숙제를 달고 다니던
학생인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명숙이의 이야기.
저자의 언니의 삶이었다.
그 시절을 살아본 경험이 없지만
우리가 배웠던 역사나
드라마나 영화, 책 등을 통해서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을 통해서 들었던
그 시절을 한 번 더 떠올려보게 되었다.


들판의 꽃들이 활짝 피어있는 이런 배경을
매일 봤을까?
빌딩이 가득한 도시에 사는 우리는
시간을 내서 조금은 멀리 나가야
이런 풍경들을 마주하게 되는 삶을 살고있다.

사랑을 주는 게 그리 어렵나, 나라면 말이야.
겨울에 펄펄 내리는 큼지막한 눈송이가 산과 들을
하얗게 덮을 만큼 줄 텐데.
부모가 자식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아이가 올바른 가치관과 안정적인 정서를 위해서
부모의 책임이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그 시절,
어른들을 먹고살아야 했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따뜻한 부모의 역할을 하지 못했었나보다.
명숙이는 일찍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새엄마, 그리고 새엄마가 낳은
진주라는 동생이 생겼다.
그러나 진주를 키우는 것은 명숙이가 되버렸고
그런 명숙이가 있어서인지
부모님은 진주를 돌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명숙이는 다른 친구들이 평범하게 했던 숙제도 하지 못하고
결석도 자주 하였다.
언니도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봉제공장에 다니는데
명숙이는 자신도 그리 될 까 겁이났다.
결석을 해서 뒤늦게 숙제를 받은 명숙이는
자신의 이름의 뜻을 알아오라는 것을 보고
아버지께 여쭤봤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제를 해야 했던 명숙은
진주를 업고 나갔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나의 이름.
그 뜻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끔 그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내가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니까
그 값어치를 꼭 하고 싶다는 다짐을 할 때도 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이 글은 1970년대 열 살 이었던 언니의 삶이었고,
그 당시를 살았던 어린이들의 삶의 한 조각이기도 하다.
시골에서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성루로 이주했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형제자매를 공부시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촛불처럼 태웠다.
오늘날의 풍요로움은 그 시대를 살아 낸 이들의
희생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하였다.
부모만 집안의 가장이 아니었던 시절,
순수하고 다른 고민 없이 놀기만 해도 부족한 어린시절을
치열하게 보내고 성장한
그 시절의 어른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다른 시절의 이야기가
가끔은 내가 속해있는 지금보다 더욱이 공감될 때가 있다.
가볍지만 묵직한 이 책으로
내가 가진 내 이름과 내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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